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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속에서 되살아난 석기: 한반도의 주먹도끼가 다시 쓴 구석기 역사세계사 속의 한국사 2025. 5. 5. 01:03
주먹도끼가 없었던 땅 한반도?한반도는 오랫동안 구석기 시대 연구에서 중심지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20세기 중반까지 한반도 인근 지역에서 주먹도끼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구석기 시대를 대표하는 도구인 주먹도끼는 아프리카와 유럽, 인도, 중동 등지에서 광범위하게 출토되며, 인류 문명의 기원을 상징하는 핵심 유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러한 전형적인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나타나지 않아 고고학계에서는 '동아시아 결핍 지역(Handaxe Absent Zone)'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며 이 지역의 구석기 문화가 단순하고 후진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시각을 견지했습니다.이 같은 편견은 한반도의 고대 문화가 독립적 발전보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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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암각화의 흐름 속에서 본 반구대 암각화의 위상세계사 속의 한국사 2025. 5. 4. 16:06
반구대 암각화, 태화강에서 되살아난 선사 시대의 이야기반구대 암각화는 경상북도 울주군 태화강변의 암벽에 새겨진 선사 시대 유물로, 한국은 물론 세계사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고대의 걸작입니다. 이 암각화는 약 7천 년 전부터 새겨지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며, 고래, 사슴, 호랑이, 배 등이 다양한 동물과 인간의 형상이 등장합니다. 반구대라는 이름은 암벽이 마치 엎드려 있는 거북의 형상을 닮았다고 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실제로 이 작은 바위 벽화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 인류 문화의 시작을 말없이 증명해주는 역사적 증언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사에서는 신석기 후기부터 청동기 초기에 이르는 인간의 삶을 알려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되지만, 세계사적 관점에서도 반구대 암각화는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넘어가는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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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잠든 고려불화: 세계 속으로 떠난 문화유산의 여정세계사 속의 한국사 2025. 5. 4. 10:52
고려불화, 중세 한국 불교미술의 정수고려시대(918~1392)의 불화는 한국 불교미술사에서 가장 찬란한 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불화란 부처와 보살, 또는 경전 내용을 그린 종교적 그림을 말하며, 고려 불화는 특히 채색이 화려하고 섬세한 필치와 장엄한 구성으로 유명합니다.고려불화는 당시의 종교 의례는 물론, 국왕과 귀족의 시주에 의해 제작된 국가적 상징물로서도 기능했습니다. 많은 불화들이 대형 비단천 위에 진채로 제작되었고, 그 내용은 아미타불도, 지장보살도, 수월관음도 등 정토 신앙과 관세음보살 신앙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고려 불교의 사상적 다양성과 대중적 신앙심을 동시에 반영하는 예술이자 한국사 속 회화, 종교, 정치가 융합된 상징적 작품입니다. 그런 고려불화의 걸작들이 지금은 유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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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로 세계를 품은 나라, 고려: 국교로서 불교의 세계사적 의미세계사 속의 한국사 2025. 5. 4. 06:08
불교를 국교로 삼은 고려, 정치와 정신을 통합하다고려(918~1392)는 건국 초부터 불교를 국교로 공식 채택한 나라였습니다. 이는 국가 정체성과 정치 이념을 불교 위에 구축한 독특한 모델이었지요. 태조 왕건은 고려 건국 직후부터 왕즉불(王卽佛), 즉 국왕이 곧 부처의 대리인이라는 개념을 통해 불교적 이상과 왕권의 정당성을 연결시켰습니다. 이로써 고려의 불교는 개인의 수행이나 기복 신앙을 넘어, 국가를 지탱하는 중심 철학이자 대외 인식의 틀이 되었습니다. 특히 왕실과 귀족층이 불교를 전폭적으로 후원하면서, 고려는 사찰과 승려를 국가 체제 내에 편입시키고, 동시에 불교를 통한 대내 안정과 대외 위신 제고를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서양 중세의 기독교 군주정과 유사한 구조로, 세계사적으로도 정치와 종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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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의 개성, 세계를 향해 열린 수도: 벽란도와 함께한 중세 동아시아의 국제도시세계사 속의 한국사 2025. 5. 3. 23:44
개성과 벽란도, 세계로 통하는 고려의 창한국사에서 고려는 '귀족의 나라'로 기억되곤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반쪽자리 인식일 뿐입니다. 고려는 단지 내정에만 머무르지 않고 수도 개성과 외항 벽란도를 통해 세계로 나아간 중세 동아시아의 대표적 개방국가였습니다. 개성은 당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서 중국 송과의 교류는 물론, 거란, 여진, 일본, 아라비아 상인들까지 오가는 국제도시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핵심적 관문이 바로 예성강 하류에 위치한 벽란도였습니다.벽란도는 단순한 항구가 아니라 국제 무역항이자 외국 상인의 집결지였습니다. 특히 송나라 사신은 물론, 페르시아, 아라비아 출신의 무슬림 상인들까지 드나들며, 고려는 동아시아를 넘어 유라시아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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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속에서 다시 보는 경주의 위상: 고대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통일신라의 수도세계사 속의 한국사 2025. 5. 3. 19:35
세계 10대 고도, 인류문명의 발자취를 따라가다세계의 역사에서 찬란한 문명을 꽃피운 도시들은 단순한 인구 집합체를 넘어,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이었습니다. 미국의 과학문화 웹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닷컴(LiveScience.com)은 2009년 '세계의 10대 고도(古都, ancient cities)'를 선정하여 인류의 문명사를 대표하는 도시들을 소개했습니다. 그중 첫 번째는 단연 로마입니다. 기원전 8세기에 건국되어 기원후 5세기까지 유럽을 지배했던 로마는 단순한 도시 그 이상이었습니다. 법률, 군사, 건축, 상하수도 시스템 등 오늘날 서구 문명의 기초를 마련한 대제국의 수도였지요.그다음으로 꼽힌 곳은 아테네입니다. 기원전 5세기경 에게해 연안의 도시국가 중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했던 아테네는 고대 민주주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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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와 기록, 인류문명을 바꾸다 -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의 세계사적 의미세계사 속의 한국사 2025. 5. 3. 16:09
세계기록유산 속 한국사, 세계사와 대화하다한국사는 단지 지역적 역사에 머물지 않습니다. 훈민정음(훈민정음 해례본)과 조선왕조실록은 단순히 한민족의 문화유산이 아니라, 인류 보편의 가치를 담은 기록으로써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이 단순히 오래되고 소중해서가 아니라, 세계사 속 인류의 문자, 기록 문화에 혁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수성과 선도성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는 점입니다.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수많은 기록 중에서도 훈민정음(훈민정음 해례본)은 문자 창제의 철학, 조선왕조실록은 기록 제도의 투명성과 지속성이라는 점에서 동서양을 통틀어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창적 사례로 꼽힙니다. 이 두 유산은 단지 한국사 속 자랑이 아닌, 세계사가 재조명해야 할 지적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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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vs 일본, 화약 기술의 격차가 만든 전쟁의 명암세계사 속의 한국사 2025. 5. 2. 18:59
조선의 화약 기술, 고려 최무선에서 세종대 과학 무기로 진화하다조선의 화약 기술은 단순히 외래에서 수입된 무기가 아니라, 고려 말 최무선이 주도하여 독자적으로 체계화한 국산 기술이었습니다. 그는 1370년대 원나라의 염초 기술자 이원의 도움을 받아 화약 제조법을 익혔고, 1377년에는 조정의 승인을 받아 화통도감(火筒都監)을 설치해 화약과 화포, 신기전, 화차 등 각종 무기 제작을 공식화합니다.이 화약 무기 기술은 조선 건국 이후에도 이어져, 태종에서 세종에 이르는 시기에 전성기를 맞습니다. 세종은 실용적 과학을 중시했고, 장영실과 같은 기술 인재를 중용하여 화약 무기의 정밀화, 다연장 발사 장치 개발, 사거리 시험 등 과학적 접근을 시도합니다. 과 에는 탄환의 궤도 실험, 폭약 비율 조정, 발사각 측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