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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마사에서 찾은 현대 법률의 뿌리: 로마법은 왜 오늘날까지 살아남았을까?
    로마사 2025. 8. 18. 08:02

    로마사와 법의 탄생: 고대 로마가 남긴 독창적 유산

    로마사는 인류 역사 속에서 법의 기초가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생생한 교과서이다. 고대 로마는 군사력과 정치 제도뿐만 아니라, 법을 국가 운영의 핵심 원리로 삼았다. 로마인들은 단순히 힘으로 제국을 다스리지 않고, 규범과 제도를 통해 질서를 유지하려 했다. 특히 12표법(Law of the Twelve Tables)은 기원전 5세기경 시민들 앞에서 공개된 최초의 성문법으로, 모든 로마 시민이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원칙을 담았다. 이는 단순한 규율이 아니라, 누구나 법을 알 수 있고, 법은 특정 계급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민주적 정신을 상징했다.

    또한 로마법은 단순히 범죄와 처벌에 국한되지 않고, 계약, 재산, 상속, 가족 관계 등 일상생활 전반을 포괄했다. 즉, 법은 권력자의 수단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공동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기초적 법 개념은 후대 유럽은 물론 현대 사회의 법률 체계에도 깊은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고대 로마의 법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법치주의라는 개념조차 성립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로마사 속 로마법의 발전: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로마사는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변화를 겪으면서 법의 성격 또한 변화시켰다. 공화정 시기에는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조율하는 법이 강조되었지만, 제정 시대에는 광대한 제국을 다스리기 위해 더욱 정교하고 포괄적인 법 체계가 요구되었다. 이때 발전한 것이 바로 율리우스 법학(Roman Jurisprudence)과 전문 법학자의 등장이다. 로마의 법학자들은 판례를 축적하고, 원칙을 해석하며, 새로운 상황에 맞게 법을 적용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자연법(Jus Naturale)의 개념이다. 로마 법학자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타고난 권리와 이성을 가지고 있으며, 법은 그 보편적 원리에 기초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 사상은 훗날 인권 개념의 근간이 되었고, 프랑스 혁명이나 미국 독립선언에서 보이는 천부적 권리 사상의 기초가 되었다. 즉 로마법은 단순히 기술적인 법 조문에 머문 것이 아니라, 법의 보편성과 합리성을 추구했다.

    제정 시기에 편찬된 유스티니아누스 법전(Corpus Juris Civilis)은 로마법의 집대성이자 인류 법사상 가장 위대한 유산 중 하나이다. 동로마 제국 황제 유스티니아누스는 방대한 법 해석과 판례를 정리하여 하나의 체계적 법전으로 엮었다. 이 법전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중세 이후 유럽 각국의 법학 연구와 근대 법률 제정의 토대가 되었다.

    로마사와 법의 탄생. 사진은 유스티니아누스 법전
    로마사와 법의 탄생. 사진은 유스티니아누스 법전

    로마사와 중세 유럽: 로마법의 부활과 확산

    로마사는 서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에도 법적 유산을 중세 유럽에 남겼다. 서유럽은 초기에는 게르만법과 관습법에 의존했지만, 11세기 이후 로마법이 다시 빛을 보게 된다.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을 중심으로 로마법이 학문적으로 부활하면서, 법학은 신학과 함께 중세 대학의 핵심 학문으로 자리 잡았다. 법학자들은 유스티니아누스 법전을 연구하여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고, 이를 바탕으로 유럽 각국의 법률 제도에 영향을 주었다.

    특히 교화법과 세속법의 경계에서 로마법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교황청은 교화 내부의 규율을 위해 로마법의 개념을 차용했고, 유럽의 군주들은 중앙집권적 통치를 강화하기 위해 로마법의 합리적 원리를 받아들였다. 그 결과, 봉건적 관습에 머물던 유럽 사회를 점차 성문법과 판례를 기반으로 한 법체계를 발전시켰다.

    이 과정에서 로마법은 단순히 학문적 유물이 아니라, 실제 통치와 사회 운영에 적용되는 살아 있는 규범으로 되살아났다. 근대 국가들이 법률을 제정할 때 로마법을 참조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로마법이 가진 체계적 논리와 보편성은 근대 시민법전(Civil Code)의 직접적인 모델이 되었으며, 나폴레옹 법전이나 독일 민법전은 로마법을 계승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로마사에서 현대 법률로: 오늘날의 의미와 교훈

    로마사는 법이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 가치임을 일깨워준다. 현대 법률은 로마법의 원칙 위에 세워졌으며, 그 영향력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계약의 자유, 재산권 보호, 법 앞의 평등, 그리고 인권 존중은 모두 로마법의 전통 속에서 발전한 개념이다. 특히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유지하는 현대 사회에서 법치주의는 필수적이며, 이는 곧 로마법이 남김 가장 위대한 유산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로마법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해석되고 재창조되는 살아 있는 지식체계이다. 21세기 글로벌 사회에서 각국의 법률이 서로 다른 전통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법과 인권법이 통용될 수 있는 것은 로마법이 강조한 보편성과 합리성이 기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로마법은 과거의 법이 아니라 현재를 지탱하는 법이며, 더 나아가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법의 원형이다. 로마사가 남긴 이 거대한 법적 유산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고대사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를 이해하고 앞으로의 법적 질서를 전망하는 데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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