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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사 속 일상 엿보기: 목욕탕에서 시장까지, 고대 로마인의 삶은 어땠을까?로마사 2025. 8. 7. 04:51
로마사로 들여다보는 목욕탕 문화, 사치인가 일상인가
로마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일상 풍경 중 하나는 단연 고대 로마의 목욕탕 문화이다. 현대인들에게 목욕은 개인적인 위생 행위지만, 로마인에게 목욕탕은 사교와 여가, 건강을 아우르는 복합 문화 공간이었다. 로마 전역에 퍼져 있던 공중목욕탕, 즉 '테르마'에는 수백 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온탕(calidarium), 미온탕(tepdiarium), 냉탕(frigidarium)이 마련되어 있었고, 심지어 체육관, 도서관, 정원, 심지어 식당까지 함께 갖춘 거대한 종합시설이었다. 카라칼라 황제가 건설한 '카라칼라 욕장(Thermae Antoninianae)'은 그 대표적 예다. 이 거대한 목욕 시설은 하루에 수천 명이 이용할 수 있었고, 황제의 권위와 로마의 문명을 과시하는 상징이기도 했다. 고대 로마인에게 목욕은 하루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으며, 이를 통해 체온을 조절하고, 피부를 단련하며, 사람들과 토론하고, 책을 읽고, 심지어 사업을 논의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목욕 문화가 계층을 막론하고 널리 퍼졌다는 것이다. 부유한 귀족부터 평민, 심지어 노예까지도 목욕탕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이는 로마가 공공시설과 도시 인프라를 어떻게 민주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로마의 수도 기술과 하수도 체계가 그 기반이 되었으며, 로마 시민권자의 자부심은 바로 이런 '문명화된 삶'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마사 속 시장 풍경, 경제의 심장이 뛰는 곳
로마사를 들여다보면, 고대 로마의 시장은 단순한 물품 교환의 장소가 아니었다. 시장, 즉 포룸(Forum)은 도시의 정치, 경제, 사회가 뒤섞인 로마 문명의 핵심 공간이었다. 특히 로마의 중심부에 위치한 포룸 로마눔(Forum Romanum)은 오늘날의 국회의사당과 광장, 대형 마트, 성당, 법원이 결합한 복합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 올리브유, 포도주, 빵, 향신료, 물고기, 고기, 공예품, 때로는 노예까지 거래되었으며, 상인들은 각자의 가판대나 작은 점포에서 물건을 진열하고 손님과 흥정하였다. 포훔은 상업 외에도 정치인들이 연설을 하거나 재판이 열리는 장소이기도 했고, 시민들이 소식을 듣고 정보를 나누는 '공공의 장'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고대 로마의 상인들이 광고 문구를 벽에 그림처럼 그려놓았다는 것이다. '최고의 포도주 판매', '신선한 빵 매일 아침 제공'과 같은 내용은 오늘날의 간단 광고와 유사했으며, 이는 고대의 상업 마케팅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시장의 상인들은 모두 자유시민이었으며, 성공한 상인은 지중해 전역에 걸쳐 무역망을 펼치기도 했다.
로마의 경제는 이러한 포룸과 지역 시장을 기반으로 발전했고, 도시의 활력과 유통망의 심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는 고대 로마가 단순히 군사 제국이 아니라 강력한 경제 시스템을 갖춘 상업 중심 도시였음을 보여준다.
로마사로 살펴보는 고대 로마 가정의 풍경
로마사를 통해 고대 로마인의 일상 중 가장 사적인 영역인 '가정'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문화적 요소들이 드러난다. 로마의 주거 공간은 계층에 따라 크게 나뉘었는데, 부유한 귀족이나 기사계급은 도무스(Domus)라 불리는 개인 주택에 살았고, 평민이나 하층민은 인슐라(Insula)라는 다세대 공동 주택에서 생활했다.
도무스는 중정(아트리움, Atrium)을 중심으로 방들이 배열되어 있고, 햇빛이 드러오는 안마당(peristylium)을 중심으로 여러 공간이 구성되어 있었다. 이곳에는 주인의 서재(tablinum), 가족을 위한 거실(triclinium), 노예들을 위한 방이 있었으며, 각 방에는 모자이크와 프레스코화로 장식된 벽면이 당시 미적 감각을 반영했다. 도무스의 구조와 장식은 곧 주인의 사회적 지위와 부를 과시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반면 인슐라는 최대 5층 이상의 건물로, 가난한 시민들은 공용 화장실과 공동 주방을 사용했으며, 불결한 위생 환경과 화재 위험에 상시 노출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속에서도 가족 단위의 삶은 지속되었고, 어린이는 집에서 교육을 받거나, 일정 연령이 되면 공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로마 가정의 중심은 '파테르 파밀리아스(Pater Familias)', 즉 가장이었으며, 그는 가정의 모든 법적 권한과 책임을 지닌 존재였다. 가정의 신을 모시는 가정신 숭배도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으며, 매일 아침 '라레스(Lares)'라는 가신에게 제사를 지내며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은 고대 로마 가정의 신앙적 일면을 보여준다.
로마사에 비친 일상, 그 안의 인간적인 삶
로마사를 통해 일상의 현장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제국의 거창한 이미지와는 다른 '생활의 디테일'이 발견된다. 로마인은 전쟁과 정치의 주역일 뿐 아니라, 매일 목욕을 즐기고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며, 가족과 식탁을 나누는 인간적인 존재였다. 특히 로마의 시민 문화는 이러한 일상을 가능하게 한 제도적 기반 위에 있었다. 상하수도 시스템, 공공시설, 시민권 제도, 그리고 법률 체계는 로마인의 삶을 '도시 시민'으로서 자리매김하게 했다.
또한 로마사에서 일상이라는 주제는 단지 과거의 풍경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도시 생활의 뿌리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열쇠가 된다. 우리가 즐기는 공공도서관, 공중목욕탕, 쇼핑몰, 광장, 공동체 중심의 생활양식은 고대 로마의 영향에서 출발한 바가 크다. 현대적 도시 문명의 이면에는 로마인의 삶의 방식이 겹겹이 축적되어 있다.
고대 로마인의 일상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유효한 인간 삶의 원형이자, 도시 문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제국을 세운 전사이자 동시에 시장 상인이었고, 시민이자 부모였으며, 신을 모시는 경건한 가정인이었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은 곧 우리의 일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일이기도 하다.
로마사 속 일상 엿보기. 고대 로마인의 삶은 어땠을까? 사진은 고대 로마 시대의 악사들 '로마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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